취향의 발견
4. 방송 촬영 보조 & 인터뷰, 홍콩 다방 본문
2021.09.02
11시 50분이 되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회의 중이라 탕비실에 가서 밥을 레인지에 돌리며 통화를 했다. 오늘 성수동에서 촬영이 있는데 퇴근하고 와줄 수 있냐는 전화였다. 지난번에도 한번 할 뻔했는데 혼자라서 패스했다가 오늘은 혼자 가도 된다고 해서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도와주는 김에 저녁도 먹을 수 있고 집에서도 멀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았다.
퇴근하고 성수역에서 내려 지도를 대략 보고 길을 나섰다. 근처에 살면서도 귀찮아서 잘 안 와봤는데 역시 사람이 많았다. 해 질 녘 바람이 선선하고 노을도 예쁘게 져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매번 건너편만 갔지 이쪽으로는 처음 와 봤는데 작고 예쁜 가게도 많고 제지공장 문이 열려 있어서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구경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퇴근하고 한 번씩 들러야겠다. 아니면 주말에 슬슬 나왔다 가거나. 이렇게 좋은 환경을 잘 누려야지. 이사 가면 귀찮아서 안 찾아올게 뻔한데. 하나 아쉬운 건 건물들이 높아서 하늘이 반만 보였다는 점이다. 근데 이건 서울 어딜 가나 비슷하니까 그러려니 해야겠지.
7시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가고 나는 촬영하는 친구와 둘이 남아서 촬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내가 불편할까 봐 배려해준 거라 고마웠다. 먼저 우동 인서트를 찍었다. 면을 풀고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몇 번을 반복했다. 손을 안 떨고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다. 그다음에 우동 먹는 모습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마스크를 쓰고 해서 좀 더 마음 편하게 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너무 어색해한 거 같아서 아쉽다. 방송에 어떻게 나오려나? 인터뷰를 하고 소바도 먹었다. 일식집을 가도 항상 다른 메뉴를 먹어서 소바는 오늘 처음 먹는 거였다. 살얼음이 둥둥 떠있는 육수에 무, 와사비, 파를 넣어서 정말 시원하고 목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맛있었지만 딱 몇 젓가락 먹기에 좋지 나는 식사로 소바를 먹지는 않을 것 같다. 역시 배가 차려면 밥을 먹어야지.
식사와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고 음식 인서트를 마저 찍었다. 우동 면을 더 찍고 국물을 붓고 면을 넣고 면을 당겨보기도 하고, 소바 면을 풀고 휘젓고 들었다가 국물을 붓고 면을 던지고.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겨서 같은 장면을 몇 번 더 찍기도 하면서 열심히 했다. 밥 먹기 전에 잠깐 했을 때는 마냥 재밌었는데 하다 보니 은근히 힘들었다. 인서트 촬영을 하고 찍은 걸 확인했는데 슬로우도 걸고 해서 영상이 예쁘게 잘 나와 뿌듯했다. 나는 인터뷰하는 것보다 인서트 찍을 때 세팅하고 음식 촬영을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일하는지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정말 힘들어 보였다. 하루 종일 처음 보는 사람 수십 명을 상대하고 세팅부터 촬영까지 혼자 다 해야 하는데 장비도 너무 많고 무거웠다. 이 근처에서 촬영하면 종종 와서 도와줘야겠다.
집에 택시 타고 가라고 했는데 가까워서 걸어가겠다고 했더니 가는 길에 홍콩 다방에 들러 음료와 와플을 사줬다.
복숭아 아이스티랑 까이딴자이 초코를 포장해서 같이 집으로 걸어갔다. 이쪽으로 걸어온 건 처음인데 마침 밤 산책을 하고 싶던 차에 친구랑 같이 걸으니까 너무 좋았다. 동네의 몰랐던 풍경도 보게 되고 같은 모습이라도 낮에 보는 풍경과 다른 느낌이었다. 연립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고. 생각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고 밝아서 혼자서 저녁에 산책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소품샵도 지나는 길에 구경하고 수다도 떨고 재밌었다.
우리 집 앞에 와서 짐을 내려놓고 잠깐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쓰레기를 다 버리고 야구를 틀고 앉아서 아이스티와 까이딴자이를 먹었다. 그냥 립톤 아이스티 맛이겠거니 했는데 어딘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다. 까이딴자이는 칼로 썰어서 생크림을 듬뿍 찍어먹었다. 크림을 너무 많이 찍은 건지 거의 다 먹었을 때는 너무 달았다. 오늘 경기는 초반에 잠깐 보고 후반에 잠깐 봤는데, 오늘도 민호가 5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고 불펜도 무실점으로 끝까지 잘 막고 타자들도 잘 쳐서 5대 0으로 이겼다. 시즌 첫 6연승이고 팀 통산 2400승을 달성했다! 이런 역사적인 날 잠실에서 직관을 했어야 되는데!!! 너무 아쉽다. 코시 할 땐 백신 2차 접종한 사람도 훨씬 많아질 테니 직관할 수 있겠지? 제발 그러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이겨서 볼 게 많다! 하이라이트, 윈터뷰, 덕직까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런데 오랜만에 꽤 걸어서 그런지 급격하게 피곤하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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