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
6.밤을 걷는 밤-유희열, 카카오TV 본문
2021.08.30-2021.08.31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글을 쓸 땐 노래를 안 듣는데 빗소리가 잘 들리니까 더 운치 있고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추운 느낌이 너무 싫은데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 아침엔 살짝 추운 느낌이었다. 환절기가 되면 코랑 목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지금 날씨가 딱 좋다. 이 계절이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느 새벽에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밤을 걷는 밤'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배우 한지민이 나오는 편이었는데 유희열과 한지민이 밤에 한강과 골목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이 너무 편안해서 홀린 듯이 방송을 끝까지 봤다. 그러다 얼마 전 '밤을 걷는 밤'이 책으로 나온 걸 알게 되었다. 바로 대출하려 했지만 발 빠른 사람들이 이미 다 빌려가고 10명이나 예약을 걸어놔서 예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나고 어떤 책을 읽을까 찾아보던 중 이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제 읽을 사람은 다 읽은 건지 예약 없이 바로 빌릴 수 있었다.
목차는 이렇다.
<밤을 걷는 밤>
프롤로그 언젠가는 사라질 풍경이라면
마음과 기억의 시차를 맞추는 시간 _종로구 청운효자동
느리게 걸어야만 겨우 보이는 풍경들 _용산구 후암동
비 오는 밤, 성곽길을 걷게 된다면 _중구 장충동
우리, 명동 산책 갈래? _중구 명동
엄마에게 걸음으로 부치는 밤 편지 _홍제천
길은 언제나 삶을 가로지른다 _관악구 청림동
산도 인생도,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_동대문구 천장산 하늘길
도시의 혈관이 지나는 골목에서 _행촌동~송월동
산책의 끝은 언제나 집 _강남구 압구정동
빛과 물과 가을이 쉼 없이 노래하는 밤 _성동구 응봉동
모든 뻔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_송파구 방이동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켜낸 동네_성북구 성북동
옛것과 새것이 뒤엉킨 시간의 교차로 _종로구 종로
각자의 치열함이 빛을 내는 거리 _종로구 창신동
시시한 이야기가 그리운 밤에 _홍대입구~합정동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_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저 중에 내가 걸어본 길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반 이상 걸어본 곳이었고, 가보지 않았지만 졸업 작품 사이트 후보로 두었던 곳이 꽤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었다.
1학년 1학기 '건축의 이해' 과제를 하러 비 오는 날 청운효자동 골목 곳곳을 누볐고, 너무 더웠던 2017년 여름날 공모전 사이트 답사를 하겠다고 친구들이랑 성북동 언덕과 골목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내렸었다. 졸업 작품 사이트 답사 겸 나들이로 엄마 아빠와 같이 갔던 홍제천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때 참 평화롭고 따뜻했는데. 나중에 이 동네에 와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기억에 남는 곳들은 대부분 건축과 관련이 있는 장소들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내가 건축을 안 했으면 이렇게 돌아다닐 일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골목을 걸으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 이 길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 상상하다 보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들인데도 그 시절이 그리워지거나 아련해진다. 이게 미디어의 힘인가? 미디어에는 내가 겪지 않은 경험을 보고 들은 것 만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마을을 보며 어릴 적 우리 동네가 많이 생각났다.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 어릴 적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우리 집도 부분 부분 리모델링을 해 꽤 바뀌었다. 내 기억엔 아직 그 시절이 선명한데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볼 때면 옛날의 그 정겨운 모습이 그리워진다. 변하기 전 풍경을 꽤 찍어뒀었는데 언제 한번 날을 잡고 찾아봐야겠다.
요즘 같은 날씨가 밤에 나가 걷기 딱 좋은 날씨인데 혼자 밤길을 걸어 다니는 게 무서워서 엄두가 안 난다. 이럴 때 동네 친구가 절실하다. 다음에 이사 갈 때에는 친구들이랑 가까운 곳으로 가야겠다. 같이 산책도 하고 밥도 해 먹고 학교 다닐 때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밤을 걷는 밤
“시시한 하루에도 쉼표는 필요하니까”감성 뮤지션 유희열의 심야 산책 에세이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환기가 절실한 지금, ‘프로 산책러’ 유희열이 일상 속의 작은 여행을 위한 밤의 산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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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2.시선으로부터,-정세랑
2021.08.13-08.17 시선으로부터. 처음엔 '사선으로부터'라고 대충 읽고 빌렸는데 사선이 아니라 '시선'이었다. 어떤 시선을 말하지 궁금했다. 표지에는 수정으로 보이는 파란 광물 사진이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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